관객리뷰단


제19회 경쟁부문 <소리, 공간, 영화에 대한 나름의 연출론> 리뷰

소리, 공간, 영화에 대한 나름의 연출론  Sound, Place and Cinema  (이병기, 2018, 극, 16min, 국내경쟁)


귀를 기울이면

창작자는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존재다. 그리고 때로는 그 길고 지난한 고민의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결과물이 되기도 한다. 펠리니라는 이탈리아 영화감독은 어느 날 뭘 찍어야 될지 몰라서, “뭘 찍어야 될지 몰라하는 영화 감독 이야기”를 만들어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물론 누구나 그렇게 메타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인생을 살진 않겠지만, 여하튼 고민이라는 건 창작하는 사람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정이다.

<소리, 공간, 영화에 대한 나름의 연출론>은 올해 내가 본 3백여편의 영화 중에 가장 긴 제목을 가진 영화이자, 가장 도발적인 작가의식을 가진 영화다. 얼핏 영화제보단 미술관에서 발견될 것 같은 제목을 갖고 있지만, 영화라는 매체와 그것의 기능에 대한 고찰,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한 감독의 진지한 고민이 배어 있다. 물론 분명 실험적인 요소가 다분한 영화이고, 어쩌면 누군가는 이 영화의 형식과 방향에 동의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통의 현상을 체험한 후, 서로 의견을 내고 거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것. 영화 역사의 모든 발전 과정은 결국 거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최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