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리뷰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이나연, 2018, 극, 29min, 국내경쟁)


각자 막 사회에 진입하는 젊은 삼 남매는 한 해의 마지막을 김장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고 있지만, 서로 가까워지면 몸이 간지러워지는 알레르기 같은 사이다. 그들은 한나절 간 싸우고, 웃고, 김장하고, 밥을 먹고, 다시 헤어진다. 형제들은 오랜만에 다시 모여 아프리카로 떠난 엄마의 빈자리를 체감한다.

 영화가 조명하는 것은 이제 막 가정의 굴레를 벗어나는 이들의 마음가짐이다. 맏딸 지혜는 가정을 떠나 또 불안한 새 생활을 찾아야 함을 인정하는 와중에도, 아버지의 완전 부재와 어머니의 불완전 존재를 표상하는 철거 직전(으로 보이는) 집을 계속 지킨다. 막 사회에 나선 막내딸 지윤은 새로운 형태의 준 가정으로 떠나려는 참이다. 아들 지훈은 가정의 남성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진 듯하지만, 어느 일 하나 제대로 마음 붙이지 못하고 방황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결국에 서로를 유년 그리고 청년 기간 묶고 있던 가정이라는 품을 떠나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그들을 도와줄 존재는 각자 자신이라는 것, 그리고 이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의 세계는 그래서 이미 홀로 섰거나, 서는 중이거나, 서야 할 사람 모두를 움직일 진폭을 갖는다. 인물들의 내일이 냉정하고 어려울 것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의 시선은 결코 차갑거나, 준엄하게 인물들을 결정짓지 않는다. 많이 불완전하지만, 우리는 결국 마음속으로 돌아갈 곳에 대하여 갈구하고 있기 때문에, 설령 그곳에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도 큰 위안일 것임을 알기에, 세 남매는 어떻게든 내일 또 일어나 같이 담근 김치를 곁들여 밥을 먹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김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