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잔을 채우는 동안> 리뷰

잔을 채우는 동안 (양승욱, 2018, 극, 24min, 국내경쟁)


잔과 잔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여전히 무더위는 가시지 않았지만, 이제는 밤이면 조용히 귀뚜라미와 풀 벌레 우는 소리가 들린다.

한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 조금은 쓸쓸한 밤들이 두 남자를 비춘다. <잔을 채우는 동안>은 사람의 빈 자리를 사람이 채우는 이야기다. 혈연으로 얽히진 않았지만 같은 외로움으로 묶인 이들이 담배와 한 잔의 술을 나누며 외로움을 덜어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남학생과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아저씨. 와이파이의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은 잠깐이나마 서로에게 아버지가 되고 아들이 된다.

잔잔하고 절제된 호흡이 주의를 끈다. 긴말보다 잔잔한 침묵이, 그 속에서 오고 가는 잔들이 아주 많은 말을 전한다. 잔과 잔 사이, 외로움과 외로움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그사이 스며드는 잔잔한 여름밤의 풀벌레 소리와 조금의 시원함. 그런 것들이 이야기를 채우고 우리의 마음을 채운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한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