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출장> 리뷰

출장 (이원규, 2019, 극, 17min, 국내경쟁)


자살로 이름 붙여진 죽음들에 대한 단상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해오던 한국이 올해 2위로 내려왔다. 자살률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보다 자살률이 더 높은 국가가 새롭게 OECD에 가입했기 때문이라는 웃픈 이유에서다. 이렇듯 한국에서 자살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처음 만난 사람들과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상황도 더 이상 화젯거리가 되지 못한다. 우리는 어쩌면 죽음과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무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출장>은 동반 자살을 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자살 장소로 향해가면서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자살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인물들의 입을 통해 들려준다. 이유 또한 너무나 익숙하다. 자의적으로 선택한 자살이었지만 그 죽음 이면에 자의적일 수만은 없는 지독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 지독한 현실에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기엔 우린 너무나 무뎌져 있다. 그렇게 무뎌져 있는 것조차 깨닫지 못해 인물들의 모습이 그저 신파 같이 느껴질 찰나 <출장>은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가는 지독한 현실에 대한 우리의 ‘무딤’이 얼마나 끔찍한 상황을 만들어냈는지 보여준다. 자살로 불렸던 죽음들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조은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