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밸브를 잠근다> 리뷰

밸브를 잠근다 (박지혜, 2019, 극, 25min, 애플시네마)


우리의 삶 속에 보이지 않는 그들에 대하여.

 

 가스 점검원으로 일하고 있는 진나. 수시로 점검구역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고 점검 시간을 잡고, 쉴 새 없이 문을 두드리며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기척조차 없는 일이 다반사. 겨우 점검 들어간 어느 남자의 집에서 희롱을 당했어도 대적할 길이 없다. 그러던 중 한 고급 아파트에 점검을 하러 가게 되고 일을 마치고 가려던 찰나 그녀의 바지에 생리혈이 묻은 것을 발견한 집주인이 자신의 바지를 내어주는 호의에 커피까지 한 잔 함께 마시게 된 둘은 얘길 나누다 진나가 마음 한편에 눌러 넣어둔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집주인의 경솔한 발언에 진나는 마음이 상해 바지도 돌려주고 집주인 아들의 장난감을 부수고 나오고 만다. 집에 돌아오는 길, 진나는 마음이 복잡해지고 집에 와서 아들을 본 순간 오늘 했던 행동과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늦은 저녁, 그녀는 문방구로 뛰어간다.

우리가 평소 크게 관심 두지 않거나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그러한 분야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일하는 환경의 수준이 얼마나 열악한지도 함께. 집주인 아들의 장난감을 부수는 진나의 행동이 잘못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이 이해될 것이다. 하루하루 밸브를 열고 잠그며 그녀가 느끼고 받았을 상대방의 무시 혹은 시선과 괜한 자격지심. 정작 자기 삶의 밸브를 점검해볼 여력이 없다. 우리의 삶 가까이 존재하며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그 중요성을 실감하기 쉽지 않다. 언제나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음에 감사를 보내며 이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올바르고 따뜻한 시선을 받는 날이 오기를.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