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 20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21] 8월 24일 대구 출신 배우의 금의환향, 임호준 배우 인터뷰 현장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 임호준을 만나다.'

8월 24일 임호준 배우 인터뷰 현장 스케치




Q.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배우 목격담 올해의 배우로 선정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사실 올해의 배우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제 주변에는 인지도 많고 좋은 실력과 마인드를 가진 배우분들이 많이 활동하고 계십니다.

어쩌면 대구 출신의 배우이기도 하고, 서울에서 꾸준히 작업하고 있음에 격려와 응원의 차원에서 타이틀을 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무척이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 20회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네 작품들이 공교롭게도 올해부터 상영되기 시작한 작품들입니다.

상영될 작품들을 생각하면 설레기도 두렵기도 합니다. 작품이 더 많은 관객분들께 보여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설레고,

관객들의 현장 반응이 어떨까 조마조마하기도 해요.



Q. 제8회 대구단편영화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대구단편영화제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배우와 사회자로써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사회자로 참여했던 것은 작년이죠, 2018년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때 출연 작품 두 작품이 경쟁작으로 선정되어 영화제 일정 참석 차 왔다가

오오극장의 권현준 프로그래머님으로부터 폐막식 사회를 갑작스럽게 제의 받아 서게 된 자리입니다. 영화제 사회는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의상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고, 결국 한 영화제의 폐막식에서 시상식을 진행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조금은 정리되어 보이는 단정한 의상이

어울리겠다 싶어 제 나름대로 준비를 해 갔습니다. 그런데 폐막식을 무사히 마치고 나오니 지인들이 교회 목사님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참고로 저는 무교인데...




Q. 영화 <흩어진 밤>이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에 이어 산세바스티안 국제 영화제에 초정되었어요. 먼저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배우님께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A. 전주국제영화제 모든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물론 어느 출연 작품보다도 의미가 남달랐던 성과였죠. 사실 횟수로 어느덧 20년 째 연기자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데,

<흩어진 밤>이 저의 첫 장편영화 주연 작입니다. 시나리오 작업 당시 감독님께서 제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셨어요. 

가편집본을 봤을 때 감독님께 <흩어진 밤>은 전주 아니면 부산국제영화제에 무조건 갈 작품이라고 호언장담을 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정말 전주국제영화제 본선작으로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충분히 기뻤는데 

대상에 이어 권위 있는 해외 국제영화제 두 곳에서 초청을 받게 되어 생애 처음,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되었죠. 

무려 어제는 저의 첫 여권을 신청하고 왔습니다. 모든 일들이 꿈만 같아요.



Q. <악당의 사연>에서 형철은 감독의 만류와 스텝들의 눈총에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실제 임호준 배우는 현장에서 어떤 배우인지 궁금합니다.

A. 극 중 악당 역할을 맡은 '형철'이라는 배우와 저는 꽤 다른 것 같아요. 저는 형철과 달리 현장에서 스텝들과 주변 배우들 그리고 감독님의 눈치를 상당히

많이 보는 편입니다. 현장 상황이나 제작여건들도 엄청 의식해서 연기 해요. 반면 '형철'과 제가 겹치는 유일한 지점이라면 연기자로써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제가 '형철'보다 좀 더 현명하게 의견조율을 잘 하는 것 같아요. 

변수가 많은 현장에 서면 연기자로써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깁니다. 

그런 순간이 오면 우선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방식대로 찍고, 오케이가 나면 이후에 연기자인 제가 원하는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고

 한번 더 찍자고 제안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행동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첫 번째, 상호간의 위치와 인격적 존중이 선행되는 상태를 유지하며 의견을 조심스레 제안하는 것

두 번째,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현장 상황이나 제작 여건 그리고 감독님과 상대 배우 및 스텝분들의 공감과 동의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모든 일에는 사람과 그들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완성도에 집착하는 배우, 문제 앞에 흔들리는 의사, 모든 것을 포용해야 하는 새 아빠까지 다양한 모습을 연기하셨는데, 본인께서 생각하시기에 어떤 모습이 가장

자신과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반대되는 인물의 경우 그로 인해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제 자리에서 생각해보면 새 아빠가 될 '성수'라는 인물이 그나마 저와 가장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수'는 시나리오 상에서 아주 무채색의 캐릭터였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 덕분에 가장 임호준다운 표현 방식을 재인식해 가며 임호준을 '성수'에게 한붓한붓 덧칠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정 반대되는 인물을 연기할 때는 힘들다기 보다는 오히려 연기를 더욱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와 다른 생각과 행동,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을 이해하려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제가 연기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Q. 영화 <쇼피알>에서 섬세하고 복합적인 감정 연기를 선보이셨는데, 이를 표현하기 위해 따로 준비하셨던 것이 있나요? 

A. 따로 준비한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준비를 안 하려고 했죠.

다만 상황을 확실히 숙지하고 현장의 상황에 충실하려 노력했고 최대한 표현 방식을 제한하려 매 순간 다짐하고 또 다짐했죠.

 상황이 모든 것을 얘기해주고 있었기에 저는 그저 제 자리에서 온전히 있기 위해 노력했을 뿐입니다. 

복합적인 감정일수록 표현은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덧붙이자면 '매즈미켈슨'의 연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마음이 준비라면 준비였으려나요.



Q. <쇼피알>에 등장하는 각종 의학용어를 구사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이미 시나리오상에서 모든 의학용어들이 생소한 영어 철자들로 표기되어 있었기에 

저는 그저 영어 발음과 액센트를 깨우치기 위해 영어 단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발음 체크나 액센트 강조에 신경썼을 뿐입니다.

 대사 숙지를 할 때에는 한글로 숙지하면 되니까요. 원어민 발음을 구사하는 의사 분들도 그다지 많지 않을테니까요.




Q. 맡은 배역들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은데, 배역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나, 애착이 가는 역할이 있으신가요?

A. 사실 배우가 배역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딱히 없어요. 지인들의 부탁을 통해 배역을 맡게 되었던 적도 꽤 있고요. 

돌이켜 보면 제안을 받고 출연한 작품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배역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라면 아무래도 이야기의 개연성이겠죠? 

지금까지 제가 출연한 작품들을 모아보면 170여편인데,  100편 째 까지는 제게 배역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시는 감독님들의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무조건 하겠다고, 

출연 결정을 먼저 내린 이후 시나리오를 받고 연기했었죠.

그러다 문득 배우로써 회의감이 들더군요. 열정의 소모가 너무 빨랐어요. 그래도 덕을 봤다면 안 좋은 시나리오를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된 거죠. 

이젠 좋은 시나리오를 발견할 수 있는 혜안을 갖고 싶어요.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영화나 장르가 있나요?

A. 정통 멜로에 도전해보고 싶어요.(웃음)

배우목격담 때 말씀드렸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 같은 절대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절대 악의 성향을 가진 역할을 연기하며 긴 호흡을 누려보고 싶네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만큼 개개인의 사연도 없고, 어떠한 측면으로도 이해나 용납이 이루어지지 않는 그런 역할이요. 잘 할 수 있는데...




Q.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떤 배우로 남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아주 존경하는 여배우가 있어요. 저보다 서른 한 살이나 어린 여배우, <흩어진 밤>에서 저의 딸 '수민' 역을 맡았던 '문승아'배우에요.

문승아 배우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했을 때 폐막식에서 어떤 배우가 되고싶냐는 질문자의 질문에

 '저 혼자 연기하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답변하더군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배우의 고민들 담아 천천히 얘기하는 태도와 마음이 너무 예쁜거에요. 

정말 감명 깊었어요. 오랜 시간 연기생활을 이어 온 저 조차도 생각지 못했던 지점이었어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데일리 - 진현정, 우혜지

촬영 - 이태인, 이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