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 20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16] 8월 25일 <경쟁9> GV현장


'가장 가까운 공포에 주목하다'

8월 25일 <경쟁9> GV현장




늦은 저녁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참석했던 경쟁9.

최진 감독의 <어라운드 맨>, 김규태 감독의 <테이프의 비밀>, 서보형 감독의 <탈날 탈>, 김정민 감독의 <감자>,

김원묘 감독의 <나의 새라씨> 총 다섯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경쟁9는 삶의 비극성에 주목했다.




Q. (유지영 모더레이터) 어떤 작품을 연출하셨고, 어떤 작품에 출연하셨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최진 감독) 안녕하세요, <어라운드 맨>을 연출한 최진입니다.

(김규태 감독) 안녕하세요, <테이프의 비밀>을 연출한 김규태입니다.

(서보형 감독) 안녕하세요, 저는 <탈날 탈>을 연출한 서보형입니다.

(김정민 감독) 안녕하세요, <감자>를 연출한 김정민입니다.

(송기호 배우) 안녕하세요, 저는 <감자>에서 '시체' 역할을 맡은 송기호입니다.

(최상우 배우) 안녕하세요, 저는 <감자>에서 '천치' 역할을 맡은 최상우입니다.

(장지훈 배우) 안녕하세요, 저는 <감자>에서 '농부' 역할을 맡은 장지훈입니다.

(노상현 배우) 안녕하세요, <감자>에서 '형사' 역을 맡았던 노상현 입니다.

(김원묘 조감독) 안녕하세요, 저는 마지막 상영 작품 <나의 새라씨>의 조연출을 맡은 김원묘입니다. 

김덕근 감독님께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참석할 수 없게 되어 제가 대신 참석했습니다.




Q. (유지영 모더레이터) 다섯 작품들의 기획의도가 궁금합니다.

A. (김원묘 조감독) 실제로 김덕근 감독님 어머님께서 돼지 공장에서 일하고 계세요.

감독님께서도 이전부터 어머니의 삶을 담아내는 영화를 제작하기를 원하셨고요. 아무래도 실화와 실존인물을 배경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보니, 

시나리오 작성 단계에서부터 어머님과 인터뷰를 통해 오랜 시간 소통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덕분에 진솔하고 담백한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죠.

(서보형 감독) 탈날 탈은 제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입니다. 어느 날 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었는데 '내가 이걸 언제 켰지?' 의문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그 당시 저는 저희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죠. 분명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음에도 문득 늘 혼자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잖아요. 

현실감이 사라지는 이상한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최진 감독) 제가 카메라에 관심이 많아요. 360 VR 카메라에 꽂혔던 적도 있고요. 언젠가는 제 공간에서 무엇이든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 제작을 통해 막연했던 생각을 실행하게 되었죠. 제 공간을 담아내고 싶어서 실제로 제가 살던 동네에서 촬영했어요.

(김규태 감독) 중, 고등학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계기로 <테이프의 비밀>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Q. (관객1) <감자>를 보면서 롱 쇼트 촬영방식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러한 촬영방식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김정민 감독) 현실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부족해서 조금 극단적이더라도 롱 쇼트 촬영기법을 통해 영화를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NG없이 한 번에 성공적으로 촬영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어요. 

그래서 촬영 2주 전부터 배우와 감독 간 동작을 맞추는 등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두 번째 시도 만에 테이크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Q. (관객2) <테이프의 비밀>은 촬영과 편집 모두 감독님 혼자서 하신 건가요?

A. (김규태 감독) 네. 혼자 다 했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혼자서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우연히 영화 <알리타>의 감독님께서도 촬영과 편집을 혼자 하셨다는 사례를 접한 후 저라고 못 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과감히 시도했고, 모르는 부분은 유튜브 동영상 강좌를 보며 극복했어요.




Q. (관객3) <나의 새라씨>를 보면서 중년 여성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사실적 고증이 인상 깊었습니다.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설정인가요?

A. (김원묘 조감독) 네. 실제 김덕근 감독님의 어머니께서 공장 일을 하시며 겪었던 경험들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작성했습니다.

극 중 도축공장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들의 관계성 또한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Q. (관객4) <감자>를 보면서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았어요. 감독님의 연출 의도가 궁금합니다.

A. (김정민 감독) 배우진 모두 대학로에서 10년 넘게 활동해 오신 분들이라 동선을 맞춘 부분에 있어서 연극의 움직임처럼 느껴지셨던 것 같습니다.

 극 중 인물들을 관찰하는 듯한 거리감을 주는 촬영방식 또한 연극처럼 느껴지셨던 이유 중 하나일 것 같아요. 

멀리서 바라봤을 때 더욱 크게 와 닿는 서사적 충격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Q. (관객5) <테이프의 비밀>에서 극 중 인물들의 눈이 멀고 귀가 안 들리게 되는 설정은 어떤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가요?

A. (김규태 감독) 후반부에 등장하는 테이프의 내용은 저승사자의 비리를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극 중 인물들이 눈이 멀고 귀가 안 들리게 되는 설정을 통해 비리를 고발하려는 이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각종 세력들을 표상했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추상적으로 표현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점들을 비추고 싶었어요.




Q. (유지영 모더레이터) 서보형 감독님께서는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합니다.

A. (서보형 감독) 계속해서 두 가지 메시지가 중첩되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논리적이기 보다 감각적인 분야, 감각적으로 교란되는 장르가 좋아요.

 저는 현실이 견고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순간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견고했던 지점이 무너지는 순간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현실과 비현실을 겹쳤을 때 오는 미묘한 감각을 관객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Q. (유지영 모더레이터) <어라운드 맨>을 보면서 만약 제가 감독님이었다면 초반부 얼굴 노출 장면만 김현목 배우와 촬영하고,

 중-후반부 ‘어라운드 맨’이 등장하는 장면은 스턴트 배우와 작업했을 것 같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배우와 작업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현목 배우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에요. 특히 그 만이 표현할 수 있는 몸동작과 타이밍을 좋아합니다. 

사실 촬영 당시 현목 배우를 흐뭇하게 모니터하고 있던 제게 현목 배우가 스윽 와 서는 ‘감독님, 제가 굳이 출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라고 하더라구요.(웃음)



Q. (유지영 모더레이터) <나의 새라씨>의 로케이션 섭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김원묘 조감독) 김덕근 감독님께서는 실제 어머님께서 일하시는 공장에서 촬영하는 것은 꺼려하셨어요. 

그래서 주변 지인들께 물어물어 촬영 가능한 도축 공장을 섭외했습니다.



Q. (관객6) <탈날 탈>을 보면서 극 중 에메랄드 빛 휴양지가 갖는 의미와 결국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A. (서보형 감독) 저는 인물이 공간에 갇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극 중 남자는 그 공간, 즉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잠재되어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휴양지에 가기 전까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가 막상 그곳에 도착했을 때 굉장히 제도화 되어 있는 현실에 실망하게 되죠. 

여행의 주체는 여지를 남겨보고 싶었어요. 한 사람일수도, 두 사람일수도 있어요. 결론 내지 않았어요.




Q. (관객) 배우분들께 여쭤보고 싶어요. 촬영하시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A. (노상현 배우) ‘감자’ 역할을 맡은 배우가 발가락에 꽃을 꽂고 있는 거에요. 

너무 웃겼는데 웃어버리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니까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장지훈 배우) 배우진 모두 실제 친구에요. 간간이 단편 작업을 계속 해 왔고 극단 시절부터 함께 연기활동을 이어온 인연입니다.

(김원묘 조감독) 도축공장 촬영 당시, 실제로 돼지 곱창에 변이 묻어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곱창이 썩는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따로 미술작업을 해야 했고, 변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연구 끝에 갯벌의 뻘을 그대로 옮겨와서 연출했습니다. 

특히 새라씨의 얼굴에 변이 튀는 장면은 롱 테이크 샷이어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굉장히 애를 썼어요. 

여담으로 저희는 촬영이 끝나면 당분간 곱창을 쳐다보지 않을 줄 알았는데, 부산의 영화제에 갔을 때 뒤풀이로 유명한 돼지 곱창 가게에 가서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Q. (유지영 모더레이터) 감독님과 배우분들의 차기작 소개를 끝으로 GV 마무리 하겠습니다.

A. (김원묘 조감독) <나의 새라씨> 이후,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서보형 감독) 저는 장편 시나리오의 제작 지원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서 날 탈, 잃어버릴 탈과 같이 탈의 시리즈를 제작하고 싶어요.

(최진 감독) 이번에는 온전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구상중이에요

(김규태 감독) 10대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영화를 계속해서 제작하고 싶어요.

(김정민 감독) 저희는 현재는 차기작 제작을 끝낸 상태입니다. 유튜브 ‘정민김’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데일리 - 진현정

촬영 - 이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