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18회 경쟁부문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뒤집힌 배 그리고 나비> 리뷰


영화 속 ‘괴리’가 던지는 의미


영화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뒤집힌 배 그리고 나비’는 기승전결이라는 형식적인 서사만 갖췄을 뿐 극중 상황과 인물의 행위는 우연의 연속처럼 나열되는데, 이를 다시 동양의 ‘해몽(解夢)’으로 번역하여 해당 장면과 함께 텍스트로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극중 장면과 그에 대한 해몽 사이의 ‘괴리’가 느껴진다. 가령 극중 인물이 어려운 일을 겪어도 그 행위 자체가 해몽으로 따져보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식이다. 해몽은 원래 추상적인 상황과 행위들로 이어진 꿈을 현실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는 극중 인물이 겪는 일들을 꿈이라고 확정짓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보여주는 이 ‘괴리’는 굉장히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서사가 ‘결(結)’에 도달해도 해몽은 제자리를 맴돌듯이 여전히 제 이야기만을 하는데, 그 자체로 ‘해몽’의 존재가 부질없게 느껴지면서 아이러니를 넘어 마치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웃을 수도 울을 수도 없다.

감독이 장치한 이 ‘괴리’를 어떻게 해석할지,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는 관객의 몫이다. 해석의 여지들은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굳이 해석과 의미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괴리’가 주는 아니러니한 매력도 충분하니 그 자체를 느껴도 무방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조은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