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18회 경쟁부문 <방구의 무게> 리뷰




지워진 청소년. 침묵하는 교실.

- <방구의 무게> -


한국 영화에서 청소년의 존재는 지워진 것 같다. 독자께서도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당신이 본 한국 영화 전체에서 ‘청소년’이 나오는 작품은 얼마나 되는가? 단언컨대, 영화를 아무리 많이 봤더라도 청소년이 중심인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떠올린 영화속 인물은 얼마나 우리나라의 다수 청소년의 삶과 맞닿아 있는지 생각해 보아라. 본인의 손에 남은 영화는 넓게 봐야 <비밀은 없다>와 <파수꾼> 정도이다.


한국에서 청소년들이 비춰지기 위해서는, 가출했거나(<꿈의 제인>), 문제아거나(<바람>, <완득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파파로티> 등), 성폭행 피해자(<한공주>)여야 한다. 대개의 서사작품이 갈등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에 비춰봤을 때. 한국 영화에서 청소년의 부재 상황은, 절망적이지만 모두가 지극히 공감할 만한 결론을 도출한다.


‘한국의 청소년은 갈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8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대학 입학 전까지, 보편적으로 청소년기의 의무는 공부이며 목표는 대입이다. 학생의 진로와 연관된 입학 심사를 하겠다는, 입학사정관 제도는 오히려 취미조차 잡아 먹어버렸다. 청소년에게 부여된 삶은 정시, 수시로서의 공부와 입학사정관, 논술로서의 일상밖에 남지 않는 듯하다.


박단비 감독의 <방구의 무게>는 정확히 이 지점을 전제한다. 우스꽝스럽게 다뤄져야 마땅할 문제가 다분히 정극의 작법으로 다뤄질 수 있는 것은, 본 작품의 세계관인 고등학생의 세계에서 인간의 양심, 도덕, 관용 등의 가치는 시험 점수 앞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작품 속 민원의 말처럼, 소음의 정도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이 수능 날 날지 못하는 비행기 소리든, 민원의 듣기 문제를 틀리게 한 슬기의 방구 소리든. 문제는 소음 그 자체다.


그리고 바라보는 우리는 소음의 극도로 사소한 지점인 ‘방구’에 의한 소동을 보면서 깨달아야‘만’한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오히려 극도의 침묵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그러니, 우리는 닥치지 말고 떠들도록 하자. 나는 <방구의 무게>처럼 학생들이 ‘방구’ 하나에 서글피 울고 분노한 후 또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박단비 감독의 마음도 나와 같았으리라 믿는다. 미래의 관객은 나처럼, 민원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길 바란다.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금동현)